50대! 준비가 되어 있다면, 돈이 많다면 불안하지 않고 가장 편안할 나이입니다.
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대부분은 너무나 불안한 하루하루가 될 기로에 선 나이라고 생각합니다.
전 50대 여성입니다. 그리고 노후 준비가 아직 안되어 있는 걱정이 많은 주부이기도 하죠.(임시 직장은 다니곤 있으나... 곧 백수가 될 처지 ㅠㅠ)
아이들은 다 컸고 걱정없이 직장생활을 하며 제 몫을 해주며 잘 살아주고 있습니다. 그러나 혼자서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하루하루 의미를 못 찾고 노후를 걱정하며 살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. 바로 나 자신.
50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깨달은 것을 적고 있습니다.
그리고 나의 색깔을 찾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하여.
어느 날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와선 짜증을 내는 일이 있었습니다.
이런저런 얘기 끝에 아는 동료 와이프가 부동산으로 억대 수익을 벌었다는 얘길 들었다고 합니다.
한 때는 본인보다 더 찌질이라고 생각했던 그 동료가 요즘은 얼굴에 기름기가 흐르고 낚시나 다니며 일을 게을리하는 것이 눈에 띄게 보인다는 것입니다.
늘 돈돈하며 짠돌이 같던 그 친구가 요즘은 와이프 잘 만난 덕에 돈걱정이 없어져서인지 일도 잘 안하려 들고 목소리도 거만해졌다면서 퉁명스럽게 말하더군요.
어느 가정에선 그 반대의 상황들도 있겠지요?
보통은 와이프들이 남의 남편과 그런 비교를 하기도 합니다. 그런데 저희 가정은 그 반대이네요.
제가 비교의 대상이 된 케이스였으니까요. 그런 남편에게 화가 난다기보다 무능한 제 자신에게 더 화가 났습니다.
사실 저도 한때는 부동산을 배워 본다고 경매 공부도 해보고 재개발 공부도 해보고 분양권 투자도 해본다며 여러 가지를 시도하긴 했었으나 부동산으로 돈을 제대로 벌어 본적도 없이 고액의 교육비만 썼던 것 같습니다. 생각하면 아깝고 후회되고 하네요...
마음이 쫄보라서 배팅을 잘 못하는 것도 있고, 어떤 난관에 맞딱뜨리면 뚫고 나가기보다는 쉽게 접어 버리거나, 손해를 먼저 생각하느라 쉽게 저지르지 못하는 점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.
10년째 공부만 하는 그런 못난이로 어느새 50대를 맞이하고 있으니 제일 답답하고 화가 나는 것은 남편의 짜증이 아니라 바로 이런 저 자신이었습니다.
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이 몹시 혼란스럽고 기분이 묘했습니다. 참 다정하고 매사 긍정적인 남편인데 역시 돈은 사람의 생각을 흔들어 놓는구나 하고.
하지만 역시 문제는 남편이 아니라 저 자신이라는 생각이 더 강합니다.
남편은 그동안 본인의 역할을 이미 충분히 해주었으니까요. 더욱이 아픈 몸을 이끌고서도 지금도 힘들게 일하고 있으니.... 제가 더 할 말이 없네요. 남편은 올해 초 희귀 난치성 질환인 강직성 척추염 진단을 받았습니다.
그로 인해 근래 들어 유난히 피곤해하고 힘들어합니다. 그래서 더욱 50 대란 나이와 준비 안된 미래가 불안해져 옵니다.
그래서 남편의 짜증이 백번 천 번 이해가 됩니다. 오히려 큰 도움이 못되고 있는 제가 많이 미안해졌습니다. 요즘의 세상은 여자가 알뜰하게 살림을 잘한다고 해서 부자가 되거나 가정경제가 크게 좋아지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. 그러다 보니 저도 이젠 뭔가를 해서 변화를 주고 함께 노후준비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네요.
인생을 송두리째 뒤엎어버리고 시간을 온통 다 갈아 넣을 뭔가가 필요한 거죠.
사랑이 넘치는 가정일지라도 돈 앞엔 정말 장사 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.
우리가 자연인으로 사는 게 아닌 이상 돈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니까요. 돈이 우리 삶의 90%는 쥐고 흔들어 댄다는 것을 너무나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. 대부분의 행복도 돈이 있어야 느끼는 것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.
주변에도 보면 돈이 없으면 그토록 살뜰했던 사랑도 식는 것을 많이 보아왔습니다.
그동안 빚 안 지고 살 만큼 생활을 유지해 온 것을 다행이라고 여겼었으나 그것이 지금에 와선 잘 못 된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. 젊은 날의 순탄함은 축복이 아니라 뒤늦은 고생길이 아닌가 싶네요.
덕분에 간절함이 없는 삶을 살게 되었으니, 그것은 결코 반길만한 일은 아니라 생각됩니다.
이제 와서 간절함을 가져도 할 줄 아는 게 없고 오랫동안 "나"를 잊고 지냈기 때문에 뭔가를 하려 해도 두려움이 큽니다.
그래서 온실 속의 화초란 말이 있나 봅니다.
늦으막에 세상밖에 나가 뭔가 돈벌이라도 해서 노후를 함께 준비해 보려 해도 딱히 뭘 해야 할지, 할 줄 아는 게 없는 데다 배우는 속도도 무척 느리고 이해도도 기억력도 많이 떨어진 이 상태에서 편안한 삶이 주었던 안 좋은 점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.
차라리 젊을 때 고생하고 노후가 편한 것이 나은데 저희는 반대였던 것 같아서 너무 늦게 깨달은 것 같아 걱정입니다.
오십 중반의 남편이 앞으로 얼마나 더 일을 해서 버텨줄지 알 수가 없습니다. 지금 당장 제가 뭔가를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급박함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. 충분히 모아 둔 돈도 없고 끊임없이 들어오는 머니 트리나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둔 것도 없는 이런 상황을 현실 파악하게 되니 갑자기 엄청난 두려움들이 엄습해옵니다.
겨울이라 추운 게 아니라 생각이 얼어붙으니 추위를 더욱 느끼게 됩니다.
두려움은 정말 크지만, 그럼에도 불구하고... 내년엔 저도 재테크에 일조를 하는 모습을 반드시 보여주리라 결심을 해봅니다.
나이라는 장벽을 인지하면서 오는 막막함...
그러나 그 속에서 굳이 긍정을 찾으라 한다면, 그 큰 두려움이 나를 좋은 방향을 찾도록 이끌어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봅니다. 물이 끓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따뜻한 물이 좋다고 헤엄치는 냄비 속의 개구리가 안되게, 뛰쳐나가도록 도와준 것이라 믿어 봅니다.
가만히 내가 뭘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봅니다. 내가 뭘 잘하지? 뭘 좋아하지?
다들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 한 번쯤은 해보셨을 거예요. 저도 막상 저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나니 막막함부터 느껴집니다. 신이 내게 주신 능력이란 게 있을 텐데.... 그게 무얼까? 내가 놓치고 산 것이 무엇이었을까?
그것을 찾는 일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. 나의 분명한 색깔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.
나란 사람의 강점이 무엇인지? 남들과 눈에 띄게 다른 점이 무엇인지?
오늘부터는 그것을 찾고 그것을 내 인생의 시간 속에 녹여서 내 삶과 맞바꾸도록 해봐야겠습니다.
그러면서 평생 열심히 고생하며 가정을 잘 이끌어온 남편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주는 아내가 되어야겠습니다.
부부란, 나이 들면서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감사할 줄 모르면 그 마음속에서부터 불행이 싹트게 되는 것이니까요.
내가 남편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먼저 가지고 진심으로 대하면 남편도 나를 소중하게 대해줄 것입니다.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요. 서로가 서로에게 잘해야지 한쪽만 노력한다고 될 일도 아니긴 하지만, 그래도 만약 나만 노력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상대방은 나를 무시한다고 느껴진다면, 내가 조금 더 생각을 달리 해보시길 바랍니다.
극단적으로는 전생에 내가 저 사람에게 빚이 있었나 보다라고요. 팽팽하게 지지 않으려는 기싸움을 하며 인생을 낭비하기에는 우리 50대의 인생이란 시간이 참으로 아까우니까요.
2020년 12월에 저는 2021년을 준비하며 여러 가지를 정리해 봅니다.
내년에 난 나의 시간을 어디에 갈아 넣을 것인지...
50대에 깨달은 것을 어떻게 결과로 만들어 낼 것인지...
나의 색깔은 어떻게 찾을 것인지...
이번엔 실패하지 않기 위해 다시 도전하기 위해 포스팅으로 남기며 하려고 합니다.
저 자신에게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이죠.
다시 시작하는 나를 위하여~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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